옥상 텃밭에서 수확한 토마토로 마리네이드를 만들었습니다.

여름을 품은 토마토 이야기
7월의 끝자락, 옥상 텃밭에서 방울토마토가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햇빛을 실컷 머금은 토마토는 손끝으로 톡 건드리면 톡 하고 떨어질 만큼 단단했고, 빠알갛게 속까지 익어 있었습니다. 텃밭 농사는 늘 예측을 비껴가곤 하지만, 이 날만큼은 웬일인지 내가 상상하던 그 모습 그대로 익어준 기분이었어요.

잘 익은 방울토마토를 소쿠리에 하나씩 담다보니, 그릇 하나 가득 여름의 색이 가득찼습니다. 한 알을 씻어 먹어보니, 입 안에서 톡 하고 터지는 그 달콤함에 깜짝 놀랐어요.
시중에서 사 먹던 것과는 당도가 전혀 달랐습니다. 햇살과 바람과 기다림이 만든 맛은 역시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생으로 먹을까 했지만, 왠지 올해 첫 수확한 방울토마토는 마리네이드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새콤하고 산뜻한 기름기, 껍질을 벗긴 토마토의 부드러움, 냉장고에서 하루쯤 숙성된 뒤 퍼지는 올리브오일의 깊은 향. 모든 여름의 조각들을 한 병에 담고싶었어요.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껍질을 벗기자, 토마토 껍질이 살짝 벌어지고 신선한 향이 주방 가득 퍼집니다. 소금, 후추, 올리브오일, 꿀, 발사믹식초, 다진마늘 많이많이.
하루가 지난 뒤 꺼내 본 마리네이드는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새콤 달콤하고 산뜻하니 여름이 농축된 맛이었어요.
이런게 자급자족의 기쁨이라면, 나는 올해 참 풍요로운 사람인 것 같아요.


이렇게 만든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는 다음날 바질 새우 방울토마토 냉파스타가, 또 텃밭에서 바로 따온 상추샐러드가 되어 훌륭한 우리집 점심이 되었습니다.
준비할 것 : 방울토마토 마리네이드 만들기
- 잘 익은 방울토마토
- 올리브 오일
- 발사믹 식초
- 꿀
- 다진마늘
- 소금
- 후추
만드는 과정 : 한 알씩 정성으로
- 방울토마토를 깨끗이 씻고 꼭지를 제거합니다.
- 방울토마토 끝을 열십자(十)로 앝게 가른 후 끓는 물에 10~30초간 데친 후, 찬물에 담가 껍질을 벗깁니다.
- 준비한 재료들을 모두 넣고 살짝씩 섞어줍니다. (토마토가 으깨지지 않도록-)
- 밀폐용기에 담아 하루 이상 냉장 숙성합니다.
주의할 점 : 토마토는 예민합니다.
- 방울토마토 껍질을 벗길 때 데치는 시간은 30초를 넘기지 마세요. 토마토가 너무 익으면 금방 물러서 식감이 덜하고, 산뜻한 맛이 줄거든요.
- 토마토에 물기가 많이 남아있으면 향이 탁해 질 수 있어요.
- 꼭 냉장숙성 후 드세요. 하루 이상 재우는 것이 포인트에요!

여름을 병에 담는 마음
텃밭에서 익은 토마토는 기다림과 햇살, 계절의 감각이 모두 담겨있었습니다. 그걸 마리네이드로 한 병에 담아내는 일은, 올 해의 여름을 온전히 싱그러운 토마토로 기억하게 해주는 작은 의식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병뚜꺼을 열었을 떄 퍼지는 향과 색, 그리고 첫 한입의 감촉이 이 계절의 온도와 공기를 다시 불러옵니다.
아마도 내년 여름이 오면, 또다시 이 병하나를 떠올리며 웃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