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잎 하나를 펼치면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어요.
복정백차(福鼎白茶) 중에서도 백모단(白牡丹)은 그 중 가장 차분하고 부드러운 차입니다.
말갛게 피어오르는 향기, 부서질 듯 가벼운 잎사귀, 그리고 마실수록 깊어지는 그 고요함.
오늘은 그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려 해요.

백모단은 어떤 차인가요?
백모단은 중국 복건성 정하(政和) 혹은 복정(福鼎) 지역에서 생산되는 복정백차(福鼎白茶)의 대표 품종입니다. 첫잎(일엽)과 두 번째 잎(이옆)을 함께 수확해 만든 차로, 은빛 솜털이 가득한 어린 싹과 함께 펼쳐지는 연둣빛 잎들이 마치 흰 모란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백모단(白牡丹)이라는 이름이 붙었죠.
가공 과정에서도 거의 손을 대지 않아 자연에 가장 가까운 맛을 간직하고 있어요. 덕분에 찻잎 자체의 성질이 고스란히 우러나, 그해의 날씨와 땅, 그리고 시간의 흔적까지 함꼐 마시는 기분이 듭니다.

찻잎에서 느껴지는 ‘두유향(豆奶香)’
백모단을 처음 우리면, 맑고 옅은 금빛 차탕이 잔을 채워요. 향은 은근하고 부드러우며, 차를 내린 후의 개완 뚜껑에는 두유를 살짝 데운 듯한 고소한 향기(豆奶香)가 머물러 있어요.
이 향은 마치 따뜻한 담요처럼 마음을 덮어줍니다. 첫 모금은 연하고 고요하지만, 혀 끝을 감싸는 부드러움은 마치 겨울 햇살 아래 포근한 이불 속에 몸을 묻는 듯한 안온함을 남겨요.
사실 백차는 본래 찬 성질을 띠고 있어요. 그래서 몸에 열이 오르기 쉬운 여름철에 마시기 딱 좋죠. 땀이 많은 날, 햇살 아래서 돌아온 저녁에 마시는 백모단 한 잔은 마치 속을 조용히 식혀주는 이슬 같은 느낌이에요. 차가운 물에 우려내지 않아도, 그 맑고 서늘한 기운은 한 모금 마다 몸 안으로 스며들어요.

이렇게 즐겨보세요
- 찻잎량 : 3g
- 물온도 : 85~90도
- 사용 다기 : 개완, 또는 작고 얕은 잔
- 우리는 시간 : 1~2번째는 10초, 이후 5초씩 늘려가며 10회 이상 우릴 수 있어요.
☝️Tip! 백모단은 천천히 여러번 우리는 차에요. 잎이 풀릴수록 향이 깊어지니, 한 번씩 우려내고 마실 때는 천천히 숨 고르듯 즐겨보세요. 그리고 꼭 개완 뚜껑에 맺힌 향기를 놓치지 마세요. 조용한 아침, 그 향기 하나로 하루의 리듬이 달라질지도 모르니까요:)
이런 분께 백모단을 추천해요
- 부드럽고 은은한 차를 찾는 분
- 백차 입문자에게도 좋은 차
- 향기를 오래 즐기고 싶은 분
-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은 하루
마무리하며
“其水,芳潔而不濁;其氣,鬱而不歇。”— 육우(陸羽), 『茶經』
차는 탁하지 않고 맑으며, 향기는 응축되어 끊기지 않는다.
백모단은 다경의 위 문구와 같은 차예요. 세심하고 차분한 숨결, 그 안에 담긴 부드러운 강인함.
내가 마주한 이 고요함이, 어딘가에 있을 여러분에게도 닿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