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시는 일은, 어쩌면 마음의 숨을 고르는 일인지도 몰라요. 오늘은 그 고요한 순간을 채워줄 따뜻한 차, 안계철관음(安溪铁观音) 이야기를 전해보려해요.

철관음은 어떤 차일까요?
철관음은 중국 복건성 안계(安溪) 지역에서 나는 반발효 우롱차(乌龙茶)입니다. 찻잎을 살짝 발효시켜 만들어지는 이 차는, 녹차와 홍차의 중간쯤에 위치한 깊고 그윽한 맛을 지니고 있어요.
많은 분들이 철관음을 ‘차가운 성질의 차’ 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철관음은 오히려 몸을 덥혀주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 차랍니다. 특히 겨울철이나 속이 냉한 분들꼐 권하기 좋은 차예요.

안계철관음, 그 향의 세계
안계철관음을 개완에 넣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뚜껑을 열자마자 兰花香(난화향)-난초꽃 향기가 진하게 퍼져요. 그 향은 마치 정갈한 난초 한 송이를 눈앞에 들이민 듯한 느낌이에요. 차를 우릴수록 부드러운 단맛과 함께 약간의 산미, 그리고 입안 가득 남는 풍부한 여운까지. 한 모금, 또 한 모금 마시다 보면 그 향에 마음이 잠잠히 젖어들어요.
이런 분께 추천드려요
- 향기로운 차를 좋아하시는 분
- 녹차보다는 부드럽고, 홍차보다는 산뜻한 맛을 원하시는 분
- 따뜻한 기운이 필요한 계절에 마실 차를 찾는 분
- 조용한 오후, 책과 함께 어울릴 차를 고르시는 분

우리는 법 & 팁
- 찻잎 : 4-5g
- 물온도 : 100도
- 다기 : 개완 혹은 작은 자사호 추천
- 우리는 법 : 첫 우림은 15초 내외, 이후 5초씩 더해가며 6-7회 우림 가능
☝️Tip! 철관음은 시간에 따라 향이 빨리 날아가기 쉬우니, 한 잔 한 잔 집중해서 마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고요한 향이 닿는 자리
철관음은 처음 마실 떄보다 두 번째, 세 번째에 더 마음이 스며드는 차예요. 향긋하고 부드럽지만, 깊은 데가 있어요. 개완 뚜껑을 들어올릴 때마다 맺히는 난초향이 그 날의 기분을 정리해주는 것 같아요.
마무리하며 — 『다경』의 한 구절과 함께
“香而清,清而不冽,滑而不滯,甘而不膩。” — 육우(陸羽), 『다경(茶經)』
“향은 맑되 지나치지 않고, 감미롭되 느끼하지 않으며, 부드럽되 걸림이 없다.”
철관음이야말로 이 문장을 가장 잘 닮은 차 같아요. 화려하지 않지만 고요하게 머물고, 깊은 향 안에서 절제의 미덕을 담고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