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금의 차가 마음을 부드럽게 덮는 날이 있어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달빛처럼 은은하고 조용한 차 한 잔을 소개해보려 해요. 이름부터 예쁜 운남백차 월광백(月光白)입니다.
운남백차의 특징과 월광백이란?
중국차의 세계는 방대하고 오묘하지만, 그중에서도 백차는 가장 가공이 덜 되고 자연에 가까운 차로 알려져 있어요. 특히 운남(云南) 지방에서 생산되는 백차는 ‘월광백(月光白)’이라 불리며, 중국 백차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죠.
운남은 차의 기원지로도 유명한데요, 해발 1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자란 찻잎은 아침 이슬과 햇살을 듬뿍 머금과 잘 깊고 부드러운 맛을 만들어냅니다.

월광백(月光白)의 향과 맛
‘월광백(月光白)’, 또는 ‘월광미인(月光美人)’이라고도 불리는 이 차는 운남성의 고지대, 특히 보이(普洱)지역에서 생산돼요. 이름처럼 찻잎은 은빛 솜털이 얇게 덮여있고, 잎과 싹의 색이 양면으로 다르게 나타나죠. 한쪽은 흰빛, 다른 한쪽은 진한 회갈색. 엽아(叶芽)는 살짝 구부러진것이 마치 초승달을 떠오르게 하는 형상이에요. 찻잎에 달이 떠있는것 같아서 월광백(月光白)이라는 이름이 붙었답니다.
처음 찻잎을 뜨거운 물에 담그면, 찻잎이 천천히 풀리면서 금빛이 감도는 맑은 차탕이 우러나요. 향기는 묘하게 감미로운 꽃향과 과일향이 섞여있고, 첫 모금은 은근히 달콤하면서 목넘김이 정말 부드러워요. 다 마시고 나서도 입안에 오래 남는 여운은 이 차를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에요.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향긋한 꽃향과 은은한 과일향을 좋아하는 분
- 백차를 좋아하지만 좀 더 진한 풍미가 그리운 분
- 여름철 시원하고 맑은 차가 필요하신 분
- 하루를 마무리하면 조용한 차 한 잔이 필요한 날

우리는 법과 팁
- 차량 : 3g
- 물 온도 : 약 90도
- 사용 다구 : 개완
- 우리는 법 : 세차 후 7부 정도 물을 붓고, 10초 내외로 짧게 첫 우림. 두 번째 부터는 조금씩 늘려가며 20회까지도 우릴 수 있어요.
- *냉침 : 물 500ml + 찻잎3-4g , 12시간 냉장보관 후 즐겨요. 너무 오랜시간 차를 보관하면서 마시면 차가 상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마시는 것이 좋아요.
Tip
월광백은 냉침으로 즐기면 차가운 물 속에서도 맑고 투명한 단맛이 우러나요, 찬기운이 강한 백차는 여름철, 얼음 한 두개 넣고 천천히 마시면 정말 잘 어울리는 차예요.

마무리하며_육우의『다경』에서 본 차의 철학
월광백은 마실 때마다 달라요. 때로는 달큰하고, 때로는 살짝 쌉싸름한 뒷맛으로 다가오기도해요. 그 변화무쌍한 매력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이 차가 내 일상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답니다.
“茶之为用,味至寒,为饮,最宜精行俭德之人”
“차는 그 쓰임이 맑고 서늘하며, 음료로 삼기 적합하되, 절제되고 겸손한 삶을 사는 사람에게 가장 잘 어울린다.” -육우,『다경』
차는 본래 화려한 존재가 아니에요.
은근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묵직한 여운을 남기죠. 육우는 이런 차의 본성을 ‘찬맛’이라 표현하며, 이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절제와 절약의 미덕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했어요.
결국 차를 마신다는 건, 욕심을 덜어내고 마음을 맑히는 연습일지도 몰라요. 소박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줄 아는 일, 바쁜 일상 속에서도 사소한 찰나를 음미할 줄 아는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