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간이 느려질수록

요즘, 엄마의 시간이 조금씩 느려지고 있습니다.  몸이 아프셔서 움직이기 어려우신 탓도 있지만, 마음속 말들도 잘 꺼내지 않으시는 것 같아요.  가족이 그냥 알아서, 새로 태어난 아기처럼 엄마를 보듬어주길 바라시는 듯합니다.  그런 마음을 온전히 알아채기란 쉽지 않지요.  맏언니는 최선을 다해 엄마를 돌보지만, 엄마의 기대를 다 채우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속상한 날도 많습니다.  결국 언니는 집으로 가고, 저는 그 빈자리를 채우듯 점심과 저녁을 준비해 드립니다.

“이제야 뭘 좀 먹고 싶은데, 입맛이 없어”

엄마는 입맛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십니다.  한 끼라도 기운나게 차려드리고 싶지만, 워낙 편식을 오래 하셔서 새로운 반찬에는 손도 안 대시곤 해요.  늘 드시던 단출한 나물 반찬이나 장아찌 같은 걸 더 좋아하시니까요.그래도 가능한 한 정성껏 식탁을 차려봅니다.  엄마의 말없는 기대에 조금이나마 닿을 수 있도록요.

다정한 소통, 그게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엄마와 함께 사는 동생, 자주 드나드는 언니, 그리고 저.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마음은 모두 엄마 곁에 있고 싶은 거잖아요.  가족끼리는 말 안 해도 안다는 건 착각일 수 있다는 걸, 요즘 새삼 느낍니다.  정말 중요한 건, 오해하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일.  말을 꺼내는 용기와 듣는 여유가 함께해야 가능한 일 같아요.

엄마를 보며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엄마가 점점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문득 나도 어느덧 아이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누가 먼저 떠날지 모르는 게 사람 일이니까요.  그래서 더 성찰하고, 배워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작지만 꾸준한 나의 실천들

– 하루에 한 문장이라도 써보기  
– 책 한 권 천천히 읽기  
– 영어 단어 하나라도 외우기  
– 차 한 잔의 여유 놓치지 않기  
이런 자잘한 습관들이 모이면,  나이 듦도 두렵지 않은 단단한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오늘은, 솔직한 마음을 남기고 싶었어요

사실 오늘은 평온한 글을 쓰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아침부터 가족끼리 말이 안 통해 좀 마음이 어수선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늘 맑은 날만 계속될 수는 없으니까요.  살다 보면 바람 부는 날도, 안개 낀 날도 다 있는 거잖아요.

희와 담이 있어 다행입니다

오늘은 반려견 ‘희’와 ‘담’이랑 산책하면서 마음을 좀 정리했어요.  담이 희에게 장난치는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요 녀석들 덕분에 그래도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네요.

저녁에 함께 산책하는 희와 담의 사진

마무리하며

가족을 돌보는 일이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죠.  때로는 고단하고, 때로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니까요.  그럼에도 이 시간을 통해 내가 더 단단해진다면, 그걸로도 충분한 것 같아요.  

오늘도 당신의 하루에  따뜻한 차 한 잔 같은 여유가 함께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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