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비파가 왔어요.

6월 어느 날, 어김없이 넘의 집 밭에 비파가 주렁주렁 익었습니다.  6월은 비파의 철이죠!

여름 햇살을 가득 먹고 자란 노란 비파, 보기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이 과일을 올해는 “비파청”으로 담그기로 했지요. 작년에는 비파잼을 만들었죠.

잘 씻어서 물기 털고 준비 완료!

넘의집 밭에서 따온 비파

“오우. 이게 뭐에요?”
“비파.”
“아니… 따오면 먹지도 않으면서 뭘 또 이렇게 많이 따왔대?!?!”
“잼하면 되지”

사실 저는 비파를 생으로 먹는걸 더 좋아해요… 우리집은 잼을 잘 안먹어서 작년에 만든 비파잼은 아직 한 병이 그대로 있답니다.😂
대신에 청을 담가서 음료처럼 마시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올해 비파는 청을담그기로 결정했어요.

…그렇게 시작된 비파청 프로젝트. 올해도 스타트!

비파는 껍질이 얇고 잘 무르기 때문에 손질할 때 꽤 신경을 써야 해요.  심지어 비파 껍질에는 솜털이 잔뜩 붙어있어요. 하나하나 물에 담가 먼지를 씻고, 으깨지지 않게 조심스레 말리다 보면 시간이 후딱 가버리죠.  

하지만, 그 수고 덕분에 나중에 우러나온 청은 정말 향긋하거든요.

몇 알은 발아 중이라 밭으로 직행.

비파씨앗. 심을까 말까 하다 심었어요🙂

비파 씨앗은 껍질이 단단하고, 겉보기엔 별거 없어 보이지만…손질하다가 문득 보니, 어느새 싹이 튼 씨앗이 하나 있더라구요!바로 옥상 텃밭으로 데려가 살포시 심었습니다.나중에 이 아이가 비파나무로 자라 준다면, 그야말로 자급자족의 로망 실현 아닐까요?

참, 비파 씨앗은 생으로 섭취하면 좋지 않다고 해요.

씨앗 자체에 독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체내에서 독성으로 전환될 수 있어서 섭취는 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하네요.그래서 저는 싹이 나지 않은 씨앗들은 따로 모아서 소주에 담가두었습니다.관절통이나 어깨 뻐근할 때 바르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실제로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손수 만든 청과 함께 자연을 활용한 작은 시도들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비파청 만들기 레시피

재료 소개

– 잘 익은 비파 4kg
– 설탕 4kg (1:1 비율)  
– 깨끗이 소독한 유리병  
– 부지런함 약간 (선택 아님)

만드는 과정

1. 비파를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씻습니다.  
2. 꼭지를 따고, 흐트러지지 않게 물기를 말립니다.  
3. 비파를 반을 갈라 씨를 빼주세요. 이때 비파 배꼽은 외부에 노출된 곳이 많아 곰팡이가 생기기 쉬우니 제거해 주세요.
4. 소독한 유리병에 비파와 설탕을 번갈아 담습니다. (맨 위엔 반드시 설탕이 올라오게!)  
5. 뚜껑을 꼭 닫고 서늘한 곳에 보관합니다.  
5. 2~3일 간격으로 설탕이 잘 녹도록 병을 가볍게 흔들어 주세요.  
7. 2~3주 후, 과육을 걸러내고 청만 따로 보관하면 완성!

주의할 점

– 수분이 묻으면 곰팡이 생기기 쉬우니 물기 제거가 생명입니다**.  

비파청 완성! 곰팡이 없이 2주후에 봐요!

마무리하며_청 하나가 일상에 주는 평화

언제부턴가 나는 정성스럽게 뭔가를 담그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비파청은 그냥 과일청이 아니에요.  그리고 내 마음 속 잔잔한 바람이 다 담긴 ‘소소한 이야기’입니다.
조금 서툴더라도, 조금 느리더라도.  손으로 만든 음식과 마음이 담긴 다과상은 늘 옳다고 생각해요.  

오늘도 이렇게 작은 잔 하나로 삶의 구석이 따뜻해집니다.

다음엔, 보리수청으로 돌아올지도 몰라요.  지금 철이면 보리수 열매도 거의 익어가거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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