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열어두고,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글 하나, 사진 한 장이 나올 때까지 속으로는 수십 번은 왔다 갔다 했던 것 같습니다.이왕 하는 거 잘하고 싶었거든요.
하이엔드 감성, 정확한 정보, 따뜻한 문장…
욕심이 많아던 탓에 손이 오히려 더 느려졌습니다.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글쓰기의 맥을 더 막아버렸어요.
아무것도 올리지 못한 시간이 흐른 뒤
그렇게 멈춘 채 며칠을 보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이걸 왜 하려 했더라?”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답은 없어도, 이유는 분명했으니까요.
이곳은 잘하려고 만든 공간이 아니라, 살아있는 감각을 기록하고 싶어서 열어둔 곳이었습니다.
물 한잔을 따를 때의 온도, 찻잎의 질감, 글을 쓰고 싶다는 기분이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 무언가를 사부작 만들고 싶어지는 순간의 마음.
그런 순간들을 모아두고 싶었습니다.
리듬을 먼저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바꿨습니다. 완성도보다 리듬을 먼저 만들기로.
정보보다 흐름을 먼저 따라가보기로 했습니다.
자주 쓰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늦게 올려도 괜찮고, 정답같은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봤습니다.
그러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고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아주 느린 속도이지만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이건 무언가 시작했다기보다는 흐름을 느끼기 위한 기록입니다.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이제 조금 더 의식적으로 기억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오늘은 이 정도면 괜찮다고.
지금 이 감각이, 내가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